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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제주도
lulunouz
2009. 7. 12. 02:53
제주에 가지 않겠는가. 경비는 걱정 말게, 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이게 꿈인가 싶었다.
제부도도 감지덕지인데 제주도라뇨. 암요 가야지요.
그리하여 원장님 내외와 함께 제주에서 7월 6일부터 9일까지, 4일을 지내게 됐다.
숙소는 함덕해수욕장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이는 선샤인호텔.
나 호텔 처음 가봐요 흑흑.
일정을 맡게 되어 지도를 샅샅이 훑고 코스를 짰더니 장마 소식이 들렸다.
그런데 막상 도착했더니 비는커녕 해가 쨍쨍하더라.
오픈카를 렌트해 드라이브를 좀 했다. 멀리 안 나갔다.
원래 계획은 용눈이 오름에서 일몰 관망이었건만
마음 먹은대로 되는 일이 어디 흔한가.
둘째날에는 비가 왔는데
이동할 때에는 폭우가 내리붓더니 목적지에서는 신통하게도 뚝 그쳤다.
이게 귀빈 대접이라는 걸까.
그나저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여정 중 으뜸이었다.
나중에 제주에 살게 된다면 그건 김영갑 씨 덕이라고 미리 말해두어야겠다.
정방폭포보다는 소정방폭포(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더 인상적이었다.
이중섭이 지내던 방 뒤쪽으로 이중섭 미술관이 있는데
액자보다도 나는, 그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와 그 귀퉁이에 끼적인 낙서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아내를 아스파라거스 군이라고 불렀다.
발가락이 아스파라거스를 닮았다는 이유로.
주상절리를 2년 전에 처음 보고 이건 반드시 다시 보아야 할 절경이다 싶어서
굳이 일정에 끼워넣었는데 이번엔 그때만큼의 감흥은 없더라.
주상절리와 나는 두 번 만났다.
두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아무튼 이튿날 일정은 이것으로 마무리.
셋째날 우리는 스쿠터를 빌렸다.
맹렬히 산을 넘고 구름을 헤쳐 (옷은 흠뻑 적시고) 점찍어 두었던 포도호텔에 다다랐다.
그깟 우동 한 그릇 먹으려고 객기를 부렸다.
하지만 면발의 그 쫄깃거림에는
첫 운전에서 시속 60km로 빗길을 뚫을 만한, 목숨을 내놓을 만한 가치가 있었단 말이다.
우리는 서광다원을 거쳐 유리의 성에 들렀다가 생각하는 정원까지 훑었다.
흥분한 나는 깨방정을 떨다 스쿠터 키를 흘렸고
광활한 정원에 돌아가 그 자그마한 걸 다시 찾아내느라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결국 한림공원은 문앞까지 갔다가 마감시간이라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다.
다들 말은 안 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어.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지 증말.
마지막 날 아침에는 잠시 동네를 거닐었다.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 다소 한산한 제주는 그야말로 황홀했다. 이제부턴 비수기 공략.
슬슬 집 생각이 나다가도 돌아오려니 뭔가 자꾸 아쉽더라.
거기서처럼 느릿느릿 살고 싶어 그랬나.
하지만 키보드가 뻑뻑해 속도가 안 나온다고 울화통을 터뜨리는 내가 과연.